◆ 파동과 숨결 Wave & Breath
만 재
만재 작가는 유년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한 문화유적과 사찰 탐방을 통해 전통 시각문화와 표현 방식을 체득했으며, 이는 도깨비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그는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깨비 형상을 탐구하고, 강박적 밀도와 높은 감각적 강도를 통해 신묘한 분위기를 조형화한다. 특히 강한 채도와 정교한 구성을 활용해 기묘하면서도 숭고한 미감을 유도하며, 도깨비의 미의식(신명, 율려, 흥, 신묘)을 작품 전반에 녹여낸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각적 몰입과 상상력의 공간을 창출한다. 만재 작가는 앞으로도 도깨비 개념을 심화 연구하며, 복잡하고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주현, 도깨비, Arcylic on canvas, 116x91.0cm, 2025
소 수 빈
식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식물 실험>들은 생명의 특성을 관찰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주로 자연의 순환 구조 안에서 식물체가 가지는 증식·분열·반복의 과정을 식물의 형태와 패턴을 통해 연구한다. 식물 이미지의 재조합을 기초로 예술과 과학 융복합 실험으로 식물을 매개체로 창작하여, 작품을 통해 식물의 다양한 환경적 모습을 중심으로 실험한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서 식물이 맞이할 미래를 상상하며, 그의 작품에서 새로운 식물 이미지를 창조한다. 작가는 AI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식물 이미지를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지금껏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식물종을 탄생시킨다.

소수빈_Tree 5, beads, oil on canvas, 90x60cm, 2021
심 미 나
마음보다는 외적인 것에 치중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내면을 다루는 것 조차 잊혀졌다. 심미나 작가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어떠한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현대는 특히 다양한 외부 자극으로 인해 본인의 내면의 마음을 다룰 여유조차 없기에 심미나 작가의 추상회화는 현대인에게 내면과 대화할 수 있는 필수적인 시간의 경험을 선사한다. 내면을 성찰하고 대화하며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작품에 보여지는 색채는 관람객의 주관에 의한 색의 잔상이 개인 마다의 기억 또는 추억으로 또 다른 감각의 전이 현상을 경험한다. 이는 관람객의 내면의 대화를 마주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심미나,The sounds of clouds, oil on canvas,25x72cm,2024
안 신 영
현대의 소통은 단일한 메시지가 아니라, 겹쳐지고 왜곡되며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유동적인 구조를 갖는다. 이로 인해 정체성 또한 고정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나는 이러한 유동적 정체성에 주목하며, 시각적 매체를 통해 이를 탐구하고자 한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성형 아크릴 레이어 작업(specific object)은 곡률, 투명도, 색의 변화, 그림자 효과 등을 활용해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다층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작품은 고정된 해석을 거부하고, 관람자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 매 순간 새롭게 구성된다. 이는 정체성이 관계와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는 것임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안신영,Connotation, Acrylic panels, Acrylic on Wood panel, 약92x91cm,2025
장 인 희
가위질은 되돌릴 수도 반복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시간과 닮아있다. 우리는 각자의 가위를 가지고 무형의 시간을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순간의 형태로 오려내고 있다. 개인이라는 가위와 만난 시간은 각자 반복되지 않는 고유의 순간으로 재탄생 된다.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 형태의 조각들은 즉흥적으로 오려졌기에 모두 다른 크기와 형태를 갖는다. 각각의 부분들이 퍼즐처럼 조합되어 만들어 내는 총제적 전체는 ‘지금 이순간’ 혹은 ‘특정한 순간’이 된다. 우연과 필연에 교차점에서 탄생하는 작품은 우발적이고 이질적인 순간들이 일시적으로 맞물려 있는 하나의 사건이다.

장인희, It's what it is-black,
acrylic gouache and mixed media on canvas, 91x91cm,2022
정 호 상
종이를 뜯는 행위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의도와 우연히 만나는 지점에서의 조형적 탐구이다. 이 작업은 종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통해 ‘생성’하는 과정입니다.
‘종이 뜯어 남긴 것의 형태’는 경계의 실루엣을 가시화한다. 남겨진 흔적들은 작가의 물리적 행위를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계획되지 않은 결과물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조형성은 오히려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반면 ‘남지 않은 것의 형태’는 뜯겨나간 자리에 남은 빈 공간으로, 이미 무엇이 있던 무엇을 시각화함으로써 오히려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빈 자리는 감각의 여백이며, 보는 이의 상상과 기억으로 채워지는 상호작용의 장이다.

정호상, paper, paper on canvas, 33x24cm, 2025
조 은 영
나는 일상 속 경험되는 당연한 것들 안에 미세한 차이가 존재함을 인지해 왔다. 이 차이는 나에게 그 자체로 개별적인 것으로 인지되었고, 그 자체로 작품의 동기를 형성하였다. 나는 여름의 정오, 밤 찰나의 순간, 해 질 녘 바람의 강도 등의 차이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왔다. 물리적이며 가시적인 사물과 풍경을 재현하는 것보다, 어떤 찰나, 어떤 감각, 어떤 강도(intensity)와 같은 ‘비인칭적’이며 각각의 차이를 가진 ‘개체성’에 초점을 맞추며, 그 보이지 않는 영역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구현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조은영, The heart of Spring , gouache and acrylic on canvas, 91x73cm, 2025
이번 전시 《파동과 숨결 wave & breath》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이 어떻게 다층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관람객은 홍대 7인 작가의 공간 회화 속에 깊이 몰입하며, 평면과 입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의 미학을 온전히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