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수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짧은 실선들이 다양한 방향을 향하고 기묘한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하던 그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꿈에서 암시 받은 것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재료를 긁어내는 도구인 헤라 칼이었다. 작가는 이를 이용해 하나의 형상 위에 수많은 색들을 주기적으로 수십, 수백 겹씩 끊임없이 쌓아 올린다. 칼날의 길이만큼 얇은 실선이 중첩되는 과정의 개념이 완성이고, 완성의 개념이 과정의 일부일 뿐 종착지가 없는 그림. 헤라 칼끝에서 찍혀 쌓여가는 무수한 실선들의 집합체는 작가가 창작에 대한 성취감과 삶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한다.